::공공미술·벽화::/11'인천동구창영동

우선은,,수정없이..

오 창작소 2011. 10. 7. 14:02

 

하릴없이 바쁜 요즘이랄까? 보이는 성과 없이 마음만 바쁘다. 돈 벌리지 않는 일로 바쁘기만 하니,, 생계도 걱정되고 몸은 어디에도 묶이지 않아 자유로운데 정신적으론 생활유지를 위한 걱정 투성이다. 게으름이란 천성 탓일까? 어허..참된 잉여로움이 날 창조케 하리라..

 

창영동 마을벽화 그리기 작업을 선뜻 제안해주신 마고에게 감사한다. ‘잇다프로젝트 외에 새로운 일거리를 궁리 중 이었는데 묘한 타이밍이었다. 이번 작업 주제는 여성성이다.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는다. 여성??? 방향을 어디로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내일 이야기를 적어 드리겠다고 약속 정한 후 막연히 창영동 골목길을 다시 찾는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기기로 계획되던 곳 이었다. 현재는 개발이 멈춘 상태로 이전에 설치되었던 가림막도 철거된 상태다. 노오랗게 익은 이름모를 잡초들과 길 따라 핀 코스모스가 아기자기하다. 길목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다가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리는 할머니를 뵈었다. “할머니가 직접 말리시는 거에요?”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물어본다. “, 저기 나오는 사람하고 같이하고 있어~” 때마침 바로 앞 대문을 열고 한 아주머니가 바구니를 들고 나오신다. 쑥스럽게 눈 인사를 하고 난 길목 따라 다시 내려간다.   

 

 

 

담장 위로 넌지시 자라는 나팔꽃, 볕드는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계시는 아주머니, 스티로폼이 재활용되어 동네 화단으로 탈바꿈된 모습, 폐지를 주워 나르는 어르신도 보이고 꾸벅 졸릴만한 골목길에 멀리서 들려온 두서넛 아이들 목소리는 길목 사이사이를 장난스레 울리더니 냉큼 조용해진다. 집 앞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상추, 파를 심어 자급자족하는 소소한 일상들이 정겹다. 반듯반듯 각을 내어 보기 좋게 정렬된 하나같은 주거공간이 아니어도 주어진 환경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들어내는걸 보면 예술이 따로 없더란 생각을 해본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모습들이 마을이라는 삶의 생태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거겠지?  

 

가사일을 해야 하는 마을 여성들은 자식을 키워내기 위한 억척스러움이 있어야 했다. 이러한 심정이 고스란히 마을에도 묻어난다. 헛되게 버려질 천 조각들을 기워내어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어낸 정서가 하릴없이 버려질 물건들도 재활용되어 환경과 어울릴만한 작품으로 탄생되는 순환이 그것이다.   

 

나를 낳게 해주신 어머니를 존경한다. 동네 곳곳에 묻어난 어머니의 심정을 존경한다. 오래오래 푸근함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지속되길 정말 바래본다.

                      

 

 

 

 

 

수정없이 우선,,

글 쓰다 보니 갑작 울컥하네..

평소 무뚝뚝하고 표현없는 아들인데,,어무이 잘 하겠습니다.

 

이 글은 작업 의도, 목적, 개괄, 아니면 머리말 정도 될 것 같다.

세세한 스토리들은 틈나는대로 차곡차곡 하나,둘 적어가야지~

오홋~ 가족을 인터뷰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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