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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구도적 삶 재해석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

오 창작소 2012. 5. 26. 02:53

 

붓다 구도적 삶 재해석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 카렌 암스트롱 지음 / 푸른숲::)

붓다만큼 전기가 많이 쓰인 인물도 흔치 않다. 생로병사의 고통

을 깨닫고, 구도행에 나서고, 해탈과 진리에 이르는 붓다의 삶

자체가 불교 가르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푸른숲’출판사가

야심차게 기획한 평전시리즈의 첫 책으로 나온 이 책은 붓다의

생애를 복원하면서 서구학자의 눈으로 붓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얼핏 보기에도 눈길을 끄는 저자의 이력부

터 살피자. 이미 번역된 ‘신의 역사’(배국원·유지황 옮김, 동

연, 1999), ‘마호메트 평전’(유혜경 옮김, 미다스북스, 2002),

‘이슬람’(장병옥 옮김, 을유문화사, 2003)등을 쓴 카렌 암스

트롱은 ‘환속한 수녀’ 출신의 종교학자.

저자는 종교를 알기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어렸던” 열일곱

살에 가톨릭 수녀원에 들어가 7년을 보낸 뒤 수녀원에서 나와 환

속한 이유는 그곳에서의 경험이 영적으로 자신을 고갈시켰기 때

문이라고 고백한다. 수녀원에서 기도하는 방식으로 기도할 수 없

었고, 제도화된 기독교가 복음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에서 눈을

돌린 듯했다는 것이다.

상처를 입은 채 종교를 떠났던 저자가 다시 종교로 돌아온 것은

다른 종교를 공부하면서였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일

신교에 이어 불교를 연구하면서 자신이 속한 전통이 최상의 상태

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저자에게 불교는, 2500년전 붓다가 찾은 것은 무엇이기

에, 종교에서 멀어진 이를 다시 종교로 다가서게 했을까. 이쯤에

서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축의 시대(axial era)’라는 중요한

개념 하나가 시야에 잡힌다.

대략 기원전 800~200년을 가리키는‘축의 시대’는 여러가지 면

에서 인간이 재탄생하게 되는, 인류 정신사의 특별한 시기. 헤브

라이에는 위대한 예언자들이 줄을 이었고, 그리스에서는 소크라

테스와 플라톤이, 중국에서는 공자와 노자가, 이란에서는 조로아

스터교가, 인도에서는 붓다가 나왔다. 도대체 이 시기에 무슨 독

특한 ‘영성의 연료’가 있었기에 선각자들이 전례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존재와 본성과 한계를 의식하며, 존재의 깊은 곳에서 절

대적 실재를 구하게 되는 것인가.

저자는 여기서, 당시 인류가 직면했던 변화와 위기를 설명한다.

붓다가 살던 때의 인도만 해도,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웠고, 시

장 경제가 기존의 질서를 파괴했으며, 폭력과 이기주의가 판쳤고

개인은 공허를 느꼈다. 상인, 사업가, 은행가들이 지배하는 “

도시는 엄청난 혼란의 원천인 동시에 활력의 원천”이었으며, 경

제는 탐욕을 기초로 움직였다….

20세기 이후 인류가 당면한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책

이, 단순히 붓다의 삶과 가르침을 복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저자는 붓다를 ‘신화와 전설’이나 형해화한 가르침에 놔두지

않고, ‘지금 여기’ 자신의 삶으로 직접 끌어들인 것이다.

저자의 자세가 이러니, 급진적으로 보이는 붓다의 출가와 구도에

대한 해석 또한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가 보기에 붓다가

집을 떠나 구도행에 나선 것은 변하는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피하거나 은둔한 것이 아니다. 변화를 두려워해 낡은 생활방

식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변화의 선봉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붓다의 위대함은 고통이 자신의 “삶에 침입해 그의 세계를 찢어

발기는 것”을 보자, 정면으로 맞부딪쳐간 것에 있었다. 문제는

현대인이다. 붓다보다 심각한 상황에 살면서도 이를 못 본 체하

며 섬뜩할 정도의 ‘긍정적인 사고’, 또는 ‘습관적인 낙관주의

’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현대인을 ‘모래밭에 머리

를 묻고’ 고통의 존재를 애써 부인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마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선원이 불과 몇시간 앞으로 다가온 파국

을 외면하듯.

책은 계속해서 붓다의 깨달음과 진리의 내용, 전도와 최후에 이

르는 과정을 섬세하게 설명한다. 저자가 붓다 깨달음의 핵심으로

든 것은 ‘깜짝 놀랄 정도의 완전한 자기 포기’. 21세기를 사

는 저자가 열정에 차서 붓다의 버림과 자기중심주의의 포기를 거

듭 이야기하는 것은 종교건, 학문이건, 예술이건 가리지 않고 돈

과 욕망을 찬양하는 욕망의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지.

신화와 전설에 가린 붓다를 해석하며 종횡무진 드러내 보이는 종

교와 철학에 대한 저자의 식견과 빛나는 통찰력이 놀랍다. 붓다

의 생애를 복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서도, 현존하는 최고의

1차 자료인 팔리어 경전을 폭넓게 섭렵, 어느 전기 못지않게 붓

다의 진신을 말갛게 드러낸 것도 특별하다.

팔리어 자료에 충실하다보니‘닙바나’(니르바나·열반), ‘캄마

’(카르마·업) ‘담바’(다르마·법) 따위의 낯선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각주가 친절하게 반복되고 있어 책 읽기를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래, 붓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책은 색

다르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종교 입문서이자, 훌륭한 문명비판서

가 되었다. 정영목 옮김.

김종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