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늘.
하루 남은 작업 일정을 다음 주로 미루고 오늘하고 내일 푹 쉬기로 했다. 그래도 비 때문에 작업해 놓은 게 흘러 내리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현장엘 와서 확인하고 챙겨놓은 페인팅 도구들도 살펴본다.
배경색 작업을 제외하고 디자인은 모두 현장에서 했다. 처음엔 꽃을 그려넣으려고도 생각했었고 사각형 무뉘를 넣으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지금과 같은 작업이 되었다. 이 모든게 현재 결과물의 과정였다. 누군가는 줏대없이 작업한다며 한 소리 할 참 이거나 경험없는 아마추어 같다고 얘기하겠지만 실은 이만큼 '반투명(translucency)한' 작업이 어딨을까 생각된다.
함께한 이들의 삼일간 현장 느낌과 경험 그리고 효율성 총체의 합이 현재 결과물이 되었다. 그리고 작업 과정 사이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때론 어머님, 아버님였고 동네 통장님 혹은 동장님, 사장님, 근대적인 아버지의 표상이 되기도 했으며 귀여운 어머니가 되었고 억압받고 살 것 같은 안타까운 어머님이기도 했으며 디자이너, 예술가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작업과정은 투명했고 호명된 사람들의 존재는 시시각각 불투명 했다.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혼재를 어디선가 '반투명성(translucency)' 이라 불리운다고 했다.
다양한 존재와의 부딪힘으로 삼일간 작업과정은 나에게 시선과 응시의 교차로 다가왔다.
내 안의 타자와 타자 안의 나를 발견하고서 자신의 동일성을 버리고 타자를 통해서 나를 완성하려는 차이의 발견과 같다. 이러한 과정의 경험과 실천이 내겐 실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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