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송도를 다녀왔다. 딱히 별일이 있었던 건 아녔다. 그냥 바람 쐬러 구경 간 것이다. '무엇을' 구경가려 했던 것도 아녔다. 그냥 갔다. 오늘은 워낙 나대는 바람이 불어서 바람을 쐰 게 아니라 쏘인 듯했다. 이런 바람을 몸으로 감당키는 불편해서 자동차 문을 닫아두고 미리 사 둔 커피만 홀짝였다. 공간이 따스한 노란색으로 묻었다. 아늑했다. 공간을 따뜻한 노란색으로 묻힌 입구를 시선으로 쫓다 보니 그 출구는 청파란 창 너머였다. 시선이 머문 그곳에서 영화를 감상했다.
그 풍경엔 갯벌을 메워 건물을 쌓아 올리려는 공사가 한창였다. 그래서 건물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철골 구조를 구경하기도 쉬웠고, 그 구조를 받침 하는 낯선 맨땅을 보기도 쉬웠다. 이 헛헛함 위에 들어서는 건물이 살을 채워 차곡하게 공간을 메워가는 과정을 눈으로 구경하거나 상상하기도 쉬웠다. 본래 들어선 과거 기억을 허물지 않아도 맨 곳에서 차곡히 쌓아 올리니 이런 저런 거추장스러움이 없기 때문에 쉬운 것이다. 건물을 보아하니 하나같이 높이가 지척이다. 세워지는 곳은 눈과 가까운 맨땅인데 세워지는 것은 어떻게 하늘과 지척인가? 헛헛함이 더해진다. 맨땅 위에 잡초들이 흔들한다. 이들은 자신이 선 땅이 한땐 바다였을 것이라 기억할까. 흔들 하는 이들 위에 세워질 더 큰 잡초들은 그들 밑에 무엇이 있었던지 기억할까. 쌓아 올려진 지척의 높이가 그들의 기억을 방해한다. 헛헛함을 이해하기엔 기억의 높이가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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