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말하고싶은대로

2016년 9월 21일 오후 08:07

오 창작소 2016. 9. 21. 20:12

 

 

 

 

 

 

 

 

... 멀거나 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먼 것들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자를 눈멀게 한다. 기어이 보려는 자의 시선은 아득한 저편 연안에 닿지 못하고 시선은 방향을 잃는다. 시선의 모든 방향이 열려진 공간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기어이 보려 하는 자의 갈등은 몸속에 가득 차오른다. 본다는 것은 아마도 걸리적거림 이었던 모양이다... 하구에 이르러 바다에 닿는 강물의 표정은 대도시의 저녁 무렵에 빌딩 너머의 하늘을 적시는 노을과, 저물어가는 생애의 며칠들을 닮아 있다. 공간 속으로 저무는 것들이 시간 속으로 저문다. 저무는 것들은 가볍다. 저무는 것들은 그 느슨한 헐거움으로 삶의 모든 궤적들을 지워버리고, 신생의 시간과 공간을 펼쳐 놓는다. 자전거를 굴려서 강물을 따라 달려온 사람은 저무는 것들이 펼쳐놓는 시간과 공간으로 건너가지 못한다. 당신들과 나는 아마도 시간의 이쪽 연안에서 끝내야 하리라.. 

 

김훈, 라면을 끓이며 中 

 

마른 바람에 기분이 헛헛하다. 모든 일들을 파하고 인천대교를 건너 어느 섬에 닿았다. 밀려가는 파도를 따라서 먼 곳으로 시선을 둘 즈음 하얗게 아득해진다. 삶의 구체성으로 그의 주변의 것을 산문 형식으로 담은 이 책을 구입한 지 꾀 되었다.  손 닿을 때마다 읽어두곤 했는데 오랜만이다. 어찌, 이런 문장을 쓸 수가 있을까. 요즘 내 감성과 그의 글 리듬이 걸맞다. 멋진 악보를 보는 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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