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새벽부터 눈이 내리더만 어느덧, 소복히 쌓여서 '뿌드득 뿌드득' 내는 발자욱 소리가 나를 편안하게하여 정겹다.
걷는걸 좋아해서 겸사겸사 동네를 한바퀴 자주 산책한다. 그리고, 내년엔 작업실을 조그맣게 내어 보려는 계획도 있어서 좋은 장소를 물색중 이기도 하다.
보통은 고개를 내리 깔고 걷는다.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하는 편이라서 걷는 것에만 집중을 못한다. 그러나, 우연찮게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하나 있었다. '와우~ 덜 다듬어진 사장님의 센스가 좋은 걸?' 사진기를 들이댔다. 찰칵칼칵~. 가까이가서 만지고 두들기고... 정말, 반갑다. '이런 숨은 옛술가가 있었다니!'
이렇게 날것의 디자인이 정제되고 자극적인 이미지에만 몰두된 나에게 색 다르고 다양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더 좋다.
주변을 서성이는 날 보고 낌새를 차린 사장님이 문을 열고 바라보신다.
어색하여 주춤거린다.
"아~ 간판 잘 만드셨어요~"
주변을 서성거린 이유를 이 짧막한 대답과 어색한 미소로 대신한다. 이렇게 얼굴 도장을 살짝 찍었다: 다음엔 프로젝트 작업으로 조언을 얻으러 다시 한번 이곳에 와야겠다.
아! 그리고, 간판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나, 글자의 가독성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자음이 조금 불분명하다. 대안으로 글자의 색상을 다양하게 자음과 모음의 색상을 분리해서 디자인하면 좋을 것 같다.
둘, 만들어진 재료가 쇠 파이프다. 튼튼하나 벽면과 간판의 부착 부위가 조금 불안해 보였다.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로 만들면 더 좋겠다.
셋, 반대 방향도 읽힐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간판의 반대면은 글자가 고정되기위해 받침대들이 여과없이 보였다.( 그냥, 이대로도 좋지만.)
덤으로 동네엔 거주민을위한 가게들( 슈퍼, 미용실, 분식집, 철물점...) 이 위치하지만 이곳은 제법 주민 외의 지역민을 위한 가게들이 길따라 위치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동네와 동네를 잇는 길이 만들어지는 생태를 지역민의 특수성과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이 지역은 사거리라서 동네 블럭들이 크고 작은 도로로 나뉘어지고, 주변은 제법 큰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인천 시청을 잇는 도로가 전철역과 동네를 걸치고 있어서 지난 공원화 사업의 혜택을 얻은 것도 있다.
동네에 위치한 조그만 가게들 (슈퍼마켓, 미용실, 세탁소, 분식집) 을 제외하고 이 장소는 특수하다. 좀 더 걷거나 조금만 차를 타고 들어가면 커다란 아파트단지 (월드***) 가 나오며 주변엔 좀 더 세련된 큰 상권이 이뤄진다. 그러니까, 아파트 단지를 가기위한 여러 갈래길 중에 마을버스가 다닐만한 도로가 있는 지름길이다. 지름길은 거주민이 편하게 다닐 길이라서 알만한 사람(팔할?이 지역거주민) 만 다닐 수 있을거란 특수성을 예측하게 한다. 상권을 바라보는 특수성엔 세계적?으로 좀 더 세련된 곳 (월드***)에 사는 브랜딩 된 아파트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자리잡고있는 가게들 사장님의 시선을 의식했다.
차를 소유하여 집이나 목적지를 빠르게 가는 사람이나 차를 소유하지 못해서 늦게라도 걸어다니는 사람이나, 지금 이 길은 그냥 평범한 도로길이다. 이렇게 만든건 사람이지만 누구를 위한 길이고 아니고를 따질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유는 그래도 길 따라 먹고살고 살아야하는 삶의 지속적인 특수성도 존중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권이나 길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장소를 자리잡는 세속적인 이해와 관찰이 상권에 속한 지역민의 시선에 녹아있다. 그래서 이곳은 이해에 따라서 지형이 계속 바뀌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지속적일거란 생각이다.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야기하기엔 역사가 짧고 주민들의 참여의식도 그다지 높지가 않다.
으흠~ 지속적인 내 삶을 다지고 작업하며 디자인하기 위해서 작업실을 어디에서 물색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걸어다니는 길의 범위가 조금씩 확장되는 중이라서 관찰되는 장소의 시선도 조금씩 확장 중이다. 그나마 '동진 공업사'는 우리 집에서 100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차없이 하릴없게 걸어 다닌 게 일상적인 선택이었지만 하릴없이 걸어 다니려는건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나의 걸음은 자동차와 자전거의 기계화된 둥근 바퀴 속력엔 한참 모자라지만 두발로 걷는 주변 지인들의 걸음으로 견준다면 오랜동안의 숙련으로 '빠르다'고 자평한다. 그래서 평소 함께 걸어가는 동료의 걸음에 맞추기가 참 답답하다. 어느새, 앞서 걷고 있는 내 모습을 의식하면 '뻘쭘' 그 자체이다.
같은 속도로 함께 걷는 것도 연습과 숙련이 필요한데 말이다. - - '
함께 걷는 것, 이것도 곧 자연스러워질까? 그렇겠지? 그럴껄?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