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ORK - Jason Fried & David Heinermeier Hansson
좋은 세상이다. 한국엔 출판되지 않은 이 책을 아이패드로 5분 만에 다운로드 받아 읽었다. 쉽고 간결한 문체여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책을 읽게 된 건 FT의 칼럼니스트 필립 델브스 브라우튼의 칼럼이 계기가 됐다. 칼럼은 "경영 대가들의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제이슨 프라이드(Fried)와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한손(Hansson)은 이 한 권의 책으로 적어도 2군 후보로 오를 자격은 충분히 얻었다"고 했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골리앗들로 가득 찬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윗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법' 정도 될 것이다. 두 저자는 각각 '37시그널즈'란 독특한 이름의 소프트웨어 회사의 창업자와 파트너이다. 책의 내용은 1999년 창업해 경영해 온 저자들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들은 '크고 완벽한 것이 미덕'이라는 비즈니스의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골리앗을 흉내 내려 하지 말고 몸집이 작은 것을 오히려 즐기라는 게 주된 주장이다. 기업을 경영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종업원이 몇 명이고, 매출은 얼마인지 물어본다. 회사의 규모가 관심사이다. 그런데 왜 커지기를 바라는가? 작은 기업들은 커지기를 바라지만, 사실 큰 기업은 큰 덩치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가. 대기업은 늘 민첩하고 유연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니 키우는 게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 늘이기는 쉽지만, 줄이기는 어렵다. 작다는 것은 단순히 커지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 그 자체로 위대한 목적지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사업을 하는 데 사무실도 필요 없고, 거액을 들여 광고를 할 필요도 없고, 1주일에 60~100시간씩 일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저자들의 회사엔 수십명의 직원이 2개 대륙 8개 도시에 흩어져 있고, 심지어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성공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광고 대신 블로그로 고객을 끌고, 영업사원 대신 인터넷으로 제품을 판다. 대기업은 제품에 하나라도 더 많은 기능을 넣으려고 안달인데, 이 회사는 오히려 기능을 하나라도 더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3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용기와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거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겐 특히. 음미할 만한 짧은 경구들로 가득 찬 책에서 기자가 밑줄 치며 읽은 몇 대목을 요약해 옮겨 본다.
■큐레이터가 돼라
세상의 온갖 미술작품을 한 방에 몰아넣는다고 좋은 미술관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미술관이 아니라 창고이다. 미술관이 진정 위대한 미술관이 되느냐는 전시실에 걸리지 않은 작품이 무엇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빼느냐이다.
대기업들 큰 덩치로 고민, 왜 회사 규모 커지기 바라나
사무실 없고 광고 안해도 고객 300만명 거뜬히 확보
대기업 수퍼볼 광고는 해도 사람들에 노하우 전수는 못해
그런 틈새를 찾아 공략해야
실패하는 식당의 특징은 메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세계적 요리사 고든 램지가 진행하는 식당 개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그가 맨 처음 하는 일은 메뉴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개를 10개로 줄인다.초간단 캠코더인 플립(Flip)을 보라. 사진 촬영기능도, 테이프나 디스크도, 뷰파인더도, 렌즈 덮개도, 메모리카드도, 줌도 없다. 대신 쓰기 편하고 즐겁다. 그래서 많은 팬을 확보했다.
■일벌레는 오히려 문제를 만든다
기업은 일벌레를 찬양한다. 그들은 밤을 새우고 사무실에서 잔다. 그러나 일벌레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 일벌레는 문제를 풀기보다는 오히려 만든다. 일벌레는 지적인 태만을 단순히 일의 양으로만 벌충하려고 한다. 결과는 우아하지 않은 해결책이다. 그들은 효율적인 일 처리 방법을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래 일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마트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단지 밤늦게까지 회사에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회사 전체의 사기를 꺾는다. 일벌레는 영웅이 아니다. 진정한 영웅은 이미 집에 가 있다.
- ▲ / 일러스트=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은 "출구전략(주식 매각 등을 통해 투자자본을 회수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다. 왜 그리 급한가? 결혼하자마자 이혼 변호사 만날 셈인가? 진짜 필요한 것은 출구전략이 아니라 헌신(commit ment) 전략이다. 출구전략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랑 받을지는 뒷전이 되고, 회사를 살 사람에만 신경 쓰게 된다. 그렇게 해서 회사를 팔면 그다음엔 뭐할 건가? 섬에 가서 온종일 피냐 콜라다(칵테일의 일종)만 홀짝대고 있을 건가? 당신을 진정 행복하게 하는 건 돈뿐인가?
■베끼지 못하는 걸 제공하라
사업에서 성공하면 사람들은 베끼려 한다. 짝퉁을 물리치는 법이 있다. 당신 자신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남과 다른 당신만의 철학을 제품에 넣어서 팔아라. 당신의 제품을 비범용화(decommodi tize)하라. 미국 버지니아주의 농장인 폴리페이스(Polyface)의 주인 조엘 샐러틴(Salatin)은 친환경 목축이란 자신의 신념을 경영으로 구현했다. 이 농장은 소에게 옥수수 사료를 먹이는 대신 들에 방목해 풀만 먹인다. 항생제도 먹이지 않는다. 이 농장은 단순히 소를 파는 게 아니라 철학을 판다.
■나만의 노하우를 널리 알려라
당신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라. 미국 와인업자 게리 베이너척이 TV에 출연해 와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처럼. 가르치면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사람들과의 유대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은 당신을 신뢰하고 존경할 것이다. 어떤 사업이든 좋다. 사람들은 모든 사업의 조그만 비밀들을 알고 싶어한다. 게다가 가르친다는 건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수퍼볼 광고를 할 수는 있지만, 가르칠 수는 없다. 까다로운 보안 규정과 관료주의 때문이다.
■영감이 떠오르면 지금 하라
우리 주변엔 늘 아이디어가 있다. 아이디어는 죽지 않는다. 영원하다. 지속되지 않는 것은 영감(inspira tion)이다. 마치 신선한 우유나 과일처럼 유통기한이 있다. 따라서 영감이 떠올랐다면 바로 일에 뛰어들어라. 영감은 마술과도 같다. 생산성 배가자이고, 동기 부여자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