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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

오 창작소 2011. 1. 27. 22:17

[이.상.공간] 런던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

“무엇이 필요한지 주민에게 직접 묻는다”

김은진 _ 경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무엇이 필요한지 주민에게 직접 묻는다”

 




▲▲ 아이디어 스토어 보우 전경
▲ 아이디어 스토어 앞의 재래시장
아이디어 스토어에 대해 소개하는 매니저

▲▲ 어린이 도서관
▲ 성인 도서관

필자는 몇 달 전 영국의 창의적 지역문화 개발 사례를 견학하고 담당자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지역문화아카데미(주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일환인 해외연수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서 본 창의적 지역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한 사례로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조금 또는 많이 다른 런던의 공공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를 소개하고자 한다.

런던의 32개 자치구 중의 하나인 타워 햄릿츠(Tower Hamlets)구에 위치한 아이디어 스토어는 한마디로 도서 이용이라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기능 외에 자격증 취득·학력인정과정 등 800개가 넘는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 휴식공간, 회의장소 제공, 카페, 탁아소 기능, 모바일도서관, 재택방문서비스, 노숙자 관련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신개념 공공도서관이다.

타워 햄릿츠는 인구 22만 명 정도의 작은 자치구로 인구 구성은 51%의 백인과 백인이 아닌 다양한 인종(방글라데시인 33%, 그 외 소말리아ㆍ중국ㆍ베트남ㆍ아프리카계 카리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의 22% 정도가 실직자이고 그 중 40% 정도는 최소한의 기초능력수준 이하인, 영국에서 네 번째로 빈곤한 지역이다. 반면 이곳은 런던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들이 많은 곳이다. 비즈니스 상업지구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에는 씨티그룹, HSBC, JP 모건, 바클레이 은행 등 국제적인 은행과 기업이 포진해있어 매일 십만 명 정도의 인구가 이곳으로 출근한다. 타워 햄릿츠 자치구는 주거지역이라기보다는 업무지역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신흥재벌층과 빈곤층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쇼핑을 하다가 들릴 수 있는 도서관이 필요해요”

타워 햄릿츠에는 이미 세 개의 전통적인 도서관과 2개의 문화센터가 있었는데, 도서관 이용자의 수가 심각할 정도로 적었다고. 이에 타워 햄릿츠 구에서는 도서관 부흥을 위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결과 지역주민들은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도서관 위치 불편을 꼽았으며, 만약 쇼핑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면 잠깐 들러 책을 보고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면 그곳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역민 대다수가 도서관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좀 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양질의 도서관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매년 발간되는 우리나라의 「국민독서실태조사보고서」에서도 줄곧 도서관 이용의 걸림돌로 ‘도서관이 집에서 멀어서’를 가장 많이 꼽힌다는 점이다. 문화기반시설은 기본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위치여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부분이다.

타워 햄릿츠구는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검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1999년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인 아이디어 스토어를 설립하는 데 착수하여, 2002년 아이디어 스토어 보우(Idea Store Bow)가 최초로 문을 열었다.

아이디어 스토어 보우(Idea Store Bow)는 시끌시끌한 재래시장을 마주하고 각종 상점들, 지하철역이 있는 분주한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데, 쇼핑을 하다가 잠깐 들를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아이디어 스토어 보우가 좋은 반응을 일으키자 큰 슈퍼마켓이나 분주한 거리 시장 어귀에 아이디어 스토어 크립 스트리트(Chrisp St. 2004년), 아이디어 스토어 화이트채플(White Chapel, 2005년), 아이디어 스토어 카나리 와프(Canary Warf, 2006년) 등 3개 지점의 아이디어 스토어가 연이어 문을 열었고 2012년에는 아이디어 스토어 와트니 마켓(Watney Market)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강좌에서 직업교육까지
800여 개에 이르는 평생교육프로그램

아이디어 스토어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서지오 돌리아니(Sergio Dogliani)에 따르면 아이디어 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타워 햄릿츠의 도서관 이용자는 1998년 연간 55만 명에서 2010년 연간 2백1만 명 정도로 약진했다고 한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타워 햄릿츠의 모든 개인이 한 해 동안 9번 정도는 아이디어 스토어를 이용했다는 결과가 된다. 그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평생교육프로그램 운영이었다. 문화강좌에서부터 직업교육에 이르기까지 연간 800개 정도의 강좌에 9천 명 정도가 회원으로 등록하여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디어 스토어의 운영을 위해 194명의 정규직, 240명의 강사, 그 외 시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창출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아이디어 스토어는 지방정부혁신상, 지역공공단체상, 시민 트러스트 어워드(Civic Trust Award), 영국왕립건축가협회상(RIBA London Award) 등 각종 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아이디어 스토어에 대해 설명하는 매니저의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아이디어 스토어의 운영철학에 대한 질문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는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여 도서관 공간을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모두에게 평등한 서비스 제공하기, 가능한 한 룰을 없애고, 하지 말라는 규제를 최대한 제거하여 책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등 집처럼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최선의 운영전략은 최소한의 규제”

사실 아이디어 스토어에서 중점을 두는 도서관+평생교육이라는 운영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현대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도 사회교육적인 측면이 강화되어 박물관+평생교육 운영 시스템이 보편적이다. 교육프로그램에 있어 조금 색다른 것이 있었다면 가족들이 도서관에서 자고 가는 외박프로그램 정도였다.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점은 도서관 개방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하여 철저히 지역주민들의 편의에 맞춘 유연한 운영, 실업에 처한 또는 무기력한 소외층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서관 시설을 재정비하는 것이 아이디어 스토어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시도하게 한 운영철학에 관한 부분이었다.

아이디어 스토어에서는 흔히 대부분의 도서관에 적용되는 도서관 룰을 없애서 식사, 차뿐만 아니라 심지어 휴대폰 사용까지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우리는 흔히 기관운영에 있어서 잘 정비된 규제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운영해왔으나, 아이디어 스토어의 경우, 최선의 운영전략은 규제가 아니라 최대한의 자율이었고, 자율 속에서 하루 2천 명이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아이디어 스토어에 대한 제안이 최초, 도서관 원장과 담당자가 지역정치가와 함께 문화부에 건의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아이디어 스토어의 부흥은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공무원의 운영철학에서 시작되었고 이것이 실현되기까지 합리적인 도출과정을 가졌다는 것이 이곳 아이디어 스토어의 힘인 것으로 판단된다. 역시 창의적 상상력을 문화정책이라는 현실로 만드는 원동력은 숨겨진 기술상의 비법이 아니라, 운영철학에 있었던 것이다.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철학’

아이디어 스토어의 운영철학은 사람(지역민), 소통, 시간의 축적을 유연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역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공정하면서도 긍정적이고 창의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운영철학’을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디어 스토어는 하나의 공공시설·기관이 어떻게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방향의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디어 스토어는 아래에서 위로의 정책개발뿐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의 정책개발의 중요성, 그리고 모든 운영에는 역시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의 올바르고 창의적인 운영철학이 중심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물이었다.


필자소개
김은진은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을 역임하였고 경산시립박물관에서 다년간 기획전시와 성인․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 등 박물관 업무 전반에 매진해 왔다. 역사와 유물이야기를 쉽고 친근한 전시로 전달하고, 평면적인 박물관 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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