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말하고싶은대로

2014년 3월 27일 오후 01:25

오 창작소 2014. 3. 27. 14:21

워낙 걷는걸 좋아해서 종종 걸음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는데 이렇게 걷다 보면 건물들에 시야가 탁 막혀서 답답할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동네를 벗어나 가까운 공원을 찾는다. 그곳엔 요즘 언제 추웠냐는 듯한 맨땅에 막 자라나려는 풋풋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듬성 심어진 나무에도 어떻게 피우거나 맺으려는지 궁금하게 하는 봉우리들이 가지가지마다 맺혀나는 게 보이거든.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고 있자면 금새 기분이 좋아져.

건물들의 맨 벽들을 사방으로해서 동네 길을 걷게 되는게 일상이 되면 벽이 있는지 없는지 개의치 않고 무감각해질 때가 있어. 마찬가지 확 트인 곳에서 내가 있는 주변을 느끼지 못하면 맨 벽을 마주하고 있는 그때의 일상과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런데 무감각이란 게 무심(無心)이란 말과는 차이가 있어 보여. 감각하지 못하는 것은 내 의지로 그러하지 않는 게 아니잖아. 의지마저 없는 빈 공백의 상태를 일컫는다 말한다는데, 그 상태를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게 또 가당한 건지도 난 잘 모르겠어. 하여튼 내 무감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땐 직관적으로 찾는 곳이 가깝게 공원이 아닐까 싶어. 정 안되면 시선에서 아무런 걸림이 없는 운동장, 공사를 위해서 땅을 갈아 엎어 놓은 헛헛한 벌판을 찾거나 공원 내 광장을 구경 가는 게 난 좋은 것 같아. 헛헛한 공간을 위해 사람들이 어떤 폭력을 휘둘렀고 다시 어떠한 건물이 위, 아래로 쌓아 올려질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으로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거든. 본래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아무것도 없음을 만들고서 다시 무언가를 있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워. 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반영되는 것 같아.  반면에 광장이나 운동장에선 비록 만들어진 공간여도 일상에선 볼 수없는 사람들의 특별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 이들 장소들이 내겐 일상적인 공간을 조금의 의지만 내어도 손 쉽게 벗어나 다다르고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고개돌려 걸림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욕망을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아. 그리고 이 사이에서 살아있는 것을 보면 나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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