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와 발제서식에 관한 생각
세미나에 참가하면 발제를 맡게 됩니다.
발제는 세미나에서 가장 주체적인 행위형식입니다. 발제는 자신을 교육하는 행위이자 동시에 참가한 동료들을 교육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의 집중력과 책임감으로 그 행위를 다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나 자신과 여러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다지원에서 열리는 세미나들을 위해서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첫째 발제는 최대한 명확해야 합니다. 모호한 것은 질문의 방식으로 명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경계짓지 못하면 지성은 밟고 나아갈 디딤돌을 잃게 됩니다.
둘째 발제는 주어와 술어를 갖춘 분명한 문장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정보들을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그렇게 나열된 정보들은 이후에 과잉되어 결국 정보쓰레기로 됩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단순한 정보를 넘어 지식의 성격을, 더 나아가 사상으로서의 성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문장, 단락, 글이라는 물적 형태들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문자를 통해 수행을 하고 있는 한에서 문장이야말로 우리의 사유의 발전을 도와줄 가장 확실한 도구입니다.
셋째 사전을 찾는 것에 친숙해지고 습관이 들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은 무조건 (각종의 다양한) 사전을 찾아서 알아내려고 해야 합니다. 발제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을 발제를 통해 타인에게 전해주려는 교사적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을 질문으로 제기하는 것은 절대적 시간 부족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경우에 지적 게으름의 표현입니다.
넷째 질문이 없거나 혹은 토론 거리를 제안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동적으로 읽고 있다는 것의 표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독서는 창조적일 때 가장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문장과 문장의 관계,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관계, 이 텍스트와 저 텍스트의 관계, 이 저자와 저 저자의 관계, 텍스트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의 관계 등을 사유하면서 빈틈을 더듬고 그것을 물어나갈 때 독서는 가장 힘있고 강력한 지적 성장의 무기로 될 수 있습니다. 능동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발제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토론으로, 나아가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들을 창출해 나가야 합니다.
다섯째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측면을 이용합시다. 이미 올려둔 발제문의 서식을 이용하여 우리의 옛 습관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얻고 그 발제서식이 불필요한 구속으로 느껴지는 넘쳐흐르는 창조성의 시간에 과감하게 그 서식을 깨고 나갑시다.
세미나는 집단지성, 다중지성의 학교이고 공장임을 유의하면서 이곳에서 우리가 명확하고 새롭게 사고하지 못하면 세계의 변화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세미나 시간을 혁명의 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 http://waam.net/xe/1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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