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벽화::/12' 소무의도 공공미술

2012년 9월 18일 오후 08:12

오 창작소 2012. 9. 18. 20:13

 

 

 

 아침 일찍 출발 전 한가득한 짐들. 

 

 


 

 오늘은 섬 주민들과 작가들이 함께하는 생활 글쓰기 워크숖 첫째날.

 

언제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쳤던지 모르게 이곳 섬 하늘은 높고 푸르다. 섬에 도착하고 두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마을 노인정에 워크숍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분 두분 동네 어르신들이 모이게 되었고 네모난 좌식 테이블에 작가들과 둘러앉게 되었다. 어색함도 잠시.. 선생님의 소개말이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생활 이야기들을 경청하게 되었다.

 

몸으로 기억되어 이야기되는 어르신의 생활 이야기들이 낯설었다. 그리고 이해가 되지 못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온 나는 생활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의 격차로 낯섦이 느껴졌으며 몸으로 겪어 온 생애 주기의 풋자람은 삶을 이해하는데 미숙함을 느끼게 했으리라.

 

말하고 듣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니 분위기가 익어간다. 그리고 어느새 유병제 할아버지께서 갯벌에 나가 횃불을 들며 낙지를 잡는 모습이 장단 있는 시로 지어진다. 돌 밑에 숨은 낙지는 '휙' 잡으신단다. 시어에 추임새도 곁들여진다. 이야기를 글로 받아 적으니 장면이 상상되었고 글자에 리듬이 느껴지게 되었다. 리듬으로 연과 행이 절로 이뤄진다. 신기하고 생경하다. 시를 다시 보게 된 체험이다. 

 

작정하고 시를 쓰려면 시 짓기가 어렵다. 복잡하고 어렵게 머리에서 나온 시어가 아니더라도 몸으로 기억된 말이 리듬으로 발견되는 순간 시가 되더라.

 

남편의 얼굴도 모르고 섬으로 시집왔다던 할머니는 어려서 결혼 후 그간 힘들었던 생활을 이야기하며 당신의 삶을 부정하였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시대적 환경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던 순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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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워크숍 마감 시간이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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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도 기억 조각에 어르신들이 채워지다 비워졌다. 지금 그들을 이해하며 결을 이루려 한다.

 

그나저나 두시간 남짓의 녹취를 글로 옮기려니 엄두가 안나는군? 어허허허